설악산, 백담사를 찾거나
국도로 속초를 다녀오는 길이면,
꼭 들르는 식당이 있다.
용대리 '산마을'
용대리 특산물인 '황태'에
강원도 '감자', 인제의 각종 '산나물',
시원한 '막국수'까지
모든 걸 맛깔스럽게 담은 식당.
몇년전 대청봉을 등산하고
내려오는 길에 우연히 발견한 찐 맛집
사실, 그전엔 원통시내에 있는
'oo식당'이란 곳을 다녔다.
전통적으로 오래된 맛집이다.
(여전히 별점도 꽤나 높다.^^)
돈도 많이 벌었을 거다.
근데, 갈수록 변한다.
맛도, 서비스도...
종업원 구하기 힘들다며
저녁식사는 아예 꿈도 못 꾼다.
그래서, 실망하고 있던 차에
지역 주민에게 얘기 듣다 보니
"인제사람은 거긴 안 간다"라고 얘기한다.
역시, 외지인들이 리뷰만 보고 찾나 보다.
(사실 오랜만에 먹으면, 구분도 잘 안될거다.)
그러면서,
다른 맛집을 수소문하던 중 발견한 식당.
난 이 식당이 너무 좋다!!
여긴 찾아가면 명절날 고향집에 가서
이것저것 음식 마음껏 차려준 것 먹고
충분히 힐링하고 가는 느낌이다.
식당은 국도에서 보이긴 하지만,
오솔길로 150미터 정도는
들어가야 나온다.
그래서, 겨울철 눈이 많이 오면
가끔씩 눈을 못 치워 식당을 못 열때도 있다.^^
식당 입구가 시골스럽다.^^
사장님 얘기를 들어보니,
창고로 사용하던 건물을 개조했다고 한다.
사실, 난 이 식당 앞 전망에 반했다.
동향인 데다, 산중턱에 풍력발전기도 있어서
설악산을 바라보는 뷰가 참 좋다.
아침식사한다고 들렀을 때면,
따뜻한 아침햇살이 온몸을 녹여준다.
게다가, 뒤쪽에는 토종닭을 방목해서 키운다.
미리 주문만 하면, 토종닭으로
각종 요리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식당 안을 들어오면
깔끔하고 탁 트인 넓은 홀이 나를 반긴다.
안쪽으로 룸도 한 군데 있고,
계산대 옆에는 용대리 특산품 '황태'도 판다.
식당 안에서 보면, 통 큰 유리창이
설악산을 가득 담아줘서 너무 좋다.
유리창 위쪽으로는
60~70년대 영화포스트가 붙어있는데
다소 생뚱맞긴 하지만, 나름 개성이 있다 싶다.
식탁에는 하얀 일회용 테이블보가 깔려있다.
잘되는 식당의 정석처럼 테이블보가 여러 겹이다.
(그래야 식사 후 테이블 정리가 빨라지니까^^)
수저통과 양념통이 있고,
손님이 들어오면 생수와 종이컵을 준다.
물도 정수기에서 담은 게 아닌,
시중에서 판매하는 생수를 준다.
메뉴판을 보니, 최근에 가격이 조금 올랐다.
예전에 너무 가격이 싸서
농담 삼아 좀 올리라고 했었는데,
이제야 조금 올린 모양이다.^^
2명이서 가면 커플세트A,
4명이면 가족세트를 적극 추천한다.
이번에도 둘이 가서 A세트를 시켰다.^^
내가 맨 처음 이 식당을 갔을 때,
2명이서 뭘 먹을까 고민한 적이 있었다.
A세트랑 B세트가 뭐가 다르지? 하면서
그때 여사장님이 "A세트 드세요"라고 말한다.
비싼 게 더 남을테니 B세트 추천할 것도 같은데,
A세트가 훨씬 가성비가 좋다고 권한다.
참 양심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문을 하면, 밑반찬이 먼저 나온다.
근데, 종류가 너무 많다.
사실 뭐가뭔지 난 잘 모를 정도다.
그런데 다 맛있다.
특히, 나물들은 색감과 향이 살아서
다른 메뉴가 나오기 전부터
식객들의 입을 즐겁게 해 준다.
계란말이는
여기서 방목해 키운 토종닭이 낳은
달걀을 사용해서 너무 신선하다.
서울 대형마트에서도
흔히 볼 수 없는 '1'등급 계란이다.
이렇게 밑반찬을 주섬주섬 먹다 보면,
메인요리들이 하나둘씩 나온다.
황태더덕구이, 막국수, 감자전, 황태국
직접 운영하시는 황태 덕장에서
말린 황태와 더덕의 조합은 정말 달콤하다.
막국수는 식초와 설탕을 조금 넣고,
육수까지 부어서 섞어 먹으면 되는데,
다른 메뉴 전에 먼저 먹는 걸 권한다.
애피타이저가 되어 '식욕'을 돋운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감자전'
사실 이 식당을 알기 전에는
감자전을 그닥 좋아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여긴 다르다.
두툼하면서 바싹한 감자전은
이 식당에서 꼭 먹어봐야 할 메뉴다.
황태국 또한 정말 진미다.
감자까지 넣어서 푹 고은 국물은
보약 한 접을 마시는 느낌이다.
그리고, 메뉴에는 없지만,
몇 번 와본 단골만 챙기는 꿀팁!
사장님께 잘 말씀드리면,
양념 가득한 비빔그릇도 따로 챙겨주신다.
"사장님, 비벼먹게 그릇하나 주실래요?"
주방 쪽에는
준비되어 있다. 넉넉한 인심이 보인다.
또 한켠에는 남은 음식 포장을 위한
용기들도 준비되어 있다.
난, 감자전은 항상 반만 먹고 나머진 싸간다.
멀어도 집에 가서
살짝 데워먹으면 정말 좋다.^^
용대리 '산마을'
이 식당은 흠잡을 게 없다.
나이 드신 모친과 함께 식당을 운영하는
여사장님은 늘 친절하시다.
그러면서도 넉넉함이 있고,
인정이 느껴지는 곳이다.
한 번은 식사 마치고 나가는데 보니,
방금 전에 식사하던 손님이
식당옆 텃밭에서 상추 등 야채를 뜯는다.
여쭤보니, "일부 손님들이 말씀하시면
뜯어가실 수 있게 비닐봉지를 드린다.
봄에 일부러 좀 넉넉히 심었다"라고 한다.
참 여유롭다.
단순히 음식을 파는 곳이 아닌
정을 느낄 수 있는 곳!
식사하면서 설악산 풍차 뷰를
맘껏 즐길 수 있는 곳!
난 이 식당이
정말 오랫동안 계속했으면 좋겠다.
몇 년이 지나도 찾아갈 수 있도록.
마치 고향집을 찾아가듯...
총점 : ★★★★★(5.0)
'맛집 등'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산가면 생각났던 닭칼국수집, '일산칼국수' (2) | 2024.11.04 |
---|---|
뼈해장국의 진수, 인제 '초원식당' (8) | 2024.11.04 |
설악산 기슭 최고의 힐링공간, '필례 게르마늄 온천' (2) | 2024.11.04 |
강화도 논 한가운데 '한옥카페 갤러리 도솔' (0) | 2024.11.04 |
파주 헤이리 마늘빵 맛집 '류재은베이커리' (6) | 2024.11.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