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산낙지가 먹고 싶대서
근처 식당에서 포장을 해 왔다.
오징어 튀김을 서비스로 준다.
가져온 산낙지를 보며,
이런저런 생각이 든다.
영화 올드보이(2003년)
주인공 최민식은
15년간 감금되었다 나와선
산낙지를 통째로 먹는다.
통으로 먹는 건 다소 어색해도
한국사람들에겐 가능한 식자재지만,
서양사람들에겐 너무나도 충격적인 장면.
그렇게,
당시 '산낙지'는 유명세를 탔었다.
낙지를 '산' 채 잘게 다져먹어서
'산낙지'라고도 부르고,
도마에 '탕탕' 내리쳐 내놓다 보니
그 소리를 따서 '탕탕이'라고도 부른다.
처음 보면 징그럽기도 한데,
한두번 먹다 보면,
그 자체의 고소함 때문인지,
함께 곁들인 참기름 때문인진 몰라도
그 오묘한 맛의 매력에 빠져든다.
물론, 산채로 먹다 보면
낙지 빨판이 기도를 막아서는
큰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도 종종 보도된다.
그만큼, 산채 먹을 땐 더 조심해야 한다.
산채로 먹는 걸 두고,
일부 동물학대(Animal Cruelty)를 얘기하는데
사실은 살아있는 상태는 아니다.
살아 있는 낙지를 잡아서 내장을 제거한 상태로,
움직이는 듯한 모습은 죽은 상태지만
낙지 특유의 신경체계가 반응해서 그렇다고 한다.
우린 언제부터 산낙지를 먹게 되었을까?
정확한 유래는 알기 힘들다.
하지만, 3면이 바다인 우리나라 특성과,
먹거리가 별로 없던 나라다 보니,
갯벌을 뒤지다 발견, 먹게 되었을게다.
배고프던 시절이니,
잡자마자, 대충 잘라서 먹었는데,
먹다 보니 맛있어 요리로 발전한 것일 거다.
17세기에 쓴 것으로 추정되는
임진왜란을 소재로 한 소설
'임진록(작가미상)'에는 낙지 얘기가 나온다.
명나라 장수 이여송이 조선왕 선조에게
당시 아주 귀한 음식이라며
계수나무에 사는 벌레인 '계두'를 바쳤는데
선조가 질색하며 먹지 못했다고 한다.
이후, 조선왕 선조가 '낙지' 요리를 보냈는데
이 또한 내륙출신 명나라 장수들 입장에선
난처해하며 먹지 못했다고 한다.
소설이다 보니, 허구일 수 있는데,
18세기 이익의 '성호사설'에도 같은 얘기가
'낙지' 대신 '문어'로만 바뀌어 나오니,
최소한 당시에도 낙지를 먹긴 했나 보다.
19세기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도
'낙지'가 나온다.
영화로도 나왔던 '자산어보'(2021년)
문어를 닮았으나, 발이 더 길다면서
'회' 또는 '국', '포'로 먹기 좋다고 한다.
쇠약한 소도 낙지 3~4마리면 건실해진다고.
우리들의 낙지요리는 다양하다.
탕탕이를 한 '산낙지',
무와 미나리 등을 넣은 '연포탕',
매콤한 소스에 '낙지볶음',
대나무 젓가락에 돌돌만 '낙지호롱' 등등.
그만큼 일상에서 종종 먹는 요리들이다.
낙지의 주성분은 단백질이다.
필수 아미노산인 타우린 함량도 많아서
혈액순환에 도움을 주고 원기회복에 좋다고 한다.
낙지는 6~7월이 산란기로 잡으면 안된다.
그래서 통상 추석 전까진 잡지 않고,
9월말부터 다음해 6월초까지 잡는다.
그래서, 통상 낙지는
9월부터 11월까지가 제철이라고 한다.
'봄 주꾸미, 가을 낙지'라는 말도 있으니..
올 가을이 가기 전
따뜻한 연포탕 한 그릇이 생각난다.